어제 '뭉쳐야 찬다'를 봤다.
'어쩌다FC' 라고 스포츠 레전드들이 조기 축구회를 만들고 동호회와 경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안정환 선수가 감독을 맡고
이만기, 허재, 양준혁, 김종오, 김동현, 이윤택(어제 입단했다), 심권호, 이봉주 그리고 방송인 김성주나 정형돈이 나온다.
이렇게 이름을 거론하는건 말 그래돌 스포츠계에 레전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 그대로 '오합지졸' 첫 경기부터 두 자리 수 골을 내주더니 어제도 결국은 그렇게 되었다.
어제 방송은 수중전이었는데
사실 경기는 뭐 그랬다. 호흡도 안맞고 서로 말 많고 뛰지 못하는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경기가 분명했다.
그런데 안정환의 표정이다.
감독이라고 선수를 한 번에 키울 수도 특별 방법을 제공할 수도 없다.
필드에서 안되는 체력으로 오합지졸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역력혔다.
자신이 뛰고 싶었을 것이다.
어쩔수 없이 지키는 선이 있다. 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기분을 풀고 속 시원하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위치이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오합지졸의 선수를 격려하고 슛 찬스에 일어나 상황을 지켜보고
다시 아쉬워 하며 벤치를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방송 내내 카메라는 안감독의 시선을 비추어준다.
입술이 실룩거리기도 하고 아쉬운 소리가 입밖으로 불쑥 튀어 나온다.
예능인지 실제인지 이미 감독이었음은 분명하다.
사실 경기는 짜증 그 자체였다.
방송이니 그렇지 누가 보겠는가? 한 사람 뛰어난 선수도 없고 그렇다고 조직 플레이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레전드라 운동에 대한 부심들은 있고 공만 보면 반응처럼 뛰어가는 모습은 딱 운동선수는 분명했지만 말이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교회는 그리고 목회자나 사역자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
자신이야 오랫동안 이 길을 가겠다 생각했고 훈련했으니 그래도 누구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그럼 감독인가?
아니면 자신이 플레이어가 되어 팀을 이끌고 오합지졸임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안겨주면 되는가?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특별히 김동현 골키퍼가 장족의 발전을 했다. 수많은 골을 선방했고 자리 잡지 못해 이리저리 뛰는 모습이
비록 예능이지만 안스럽더라. 그 전 회에서 빛광현에게 특훈을 받았다.
안감독은 그렇게 선수들에게 위로하고 잘했다고 칭찬을 하더라. 경기가 끝난 후에...
한 공동체는 결국 플레이어들이 모인다.
서로의 관심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아무리 비슷한 처지에 모인다 하더라도 한 팀으로, 한 공동체로 성장하기에는 분명 오합지졸이다. 사실 플레이어가 되면 높임을 받는다. 그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공동체는 성장하지 못한다. 언제나 그 플레이어로 인해 다른 플레이어들은 묻히고 만다.
감독으로 임명을 받았다.
그래서 지켜보고 안타까워하며 속상해도 자리를 굳굳히 지켜야 하는 것이다.
때론 '자리지켜'라고 경기장 밖에서 소리칠 수 있다. 답답한 표정을 짓고 볼멘 소리도 할 수있다.
그렇지만 노련한 감독은 자신의 표정을 숨긴다. 그 표정 하나에 그날의 경기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미 플레이어는 안되는 체력으로, 없는 조직력으로 뛰고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비록 게임을 질지라도 말이다.
안감독은 마지막에 그렇게 말한다.
'지금은 몰라도 결국은 된다' 그게 감독이 보는 시선과 자리가 아닐까 생각한다.